전국 최대 규모 비자금 조성 유치원 원장, 사기죄’ 성립될까?

비자금 장부 내용과 다른 정씨 측 주장, 진실은?

판사, ‘유사사건 대법원 판결 기다려보자’.. 신중? OR 소극적 자세?

입력시간 : 2019-03-29 20:51:11 , 최종수정 : 2019-04-01 13:41:56, 손연우 기자

최근 유치원비리문제가 전국을 강타, 국민들의 심기가 불편한 가운데 유치원 비자금 조성 금액이 전국 최대 규모로 떠들썩했던 사립유치원 설립자·원장인 정 모씨에 대한 1심 재판이 지난 28일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열렸다.


지난 2017년 부산시교육청은 부산에서 6곳의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3년 간 118억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씨를 경찰에 고발조치했다. 이 후 경찰은 고발된 118억 원 중 입증하지 못한 금액을 제외, 97억만 기소 한 바 있었다. 이 후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 해 10월 숨겨졌던 정씨의 비자금 장부가 나타났다. 본 지 기자가 단독 입수한 비자금 장부에 따르면 비자금 액수가 사건 초기 알려진 것 보다 훨씬 많은 금액인 약 200억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부에 따르면 정씨는 허위 아동 등록 즉, 아동을 정씨소유 6개 유치원 중 한 곳인 A유치원에 등록하고 실제 교육은 정씨 소유 또 다른 유치원 B에서 하면서 지원금을 부정 수급하고 학부모에게 식자재 교육비 방과 후 특성화비 등을 부풀려 청구한 뒤 남은 차액을 개인의 부동산 매입과 자동차 구매, 일가족의 개인 운전기사나 가정부 급여로 흘러 들어간 내역이 확인 됐다.

이번 재판에서 정씨 측은 관련 혐의를 전면부인, 무죄를 주장하고 나섰다.


무죄 주장 요지는 학부모와 교육청 지원금을 수납 후 정씨는 개인 용도로 사용했지만 이는 전용의 문제이지 아이들에 대한 교육행위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졌으므로 기망행위가 없다는 것 특정 피해금액을 산정할 수 없다는 것 피해금액이 정확치 않다는 것이다.

 

정씨 측 대리인 박세규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부정수급 관련해서 6개의 유치원은 누리과정 지원금(교육청 지원금), 특성화비(전액 학부모 부담금), 방과후비(교육청지원금 7만원, 학부모부담금 2만원) 등을 수납, 이 후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면 기망행위가 성립되지만 해당 유치원에서는 양질의 교육을 했기 때문에 사기에 대한 기망행위는 없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사기혐의가 입증되기 위한 3가지 요건 즉 재산상 이익, 기망행위, 고의성의 성립 중 한 가지라도 해당되지 않으면 사기죄 성립이 힘들다는 점에서 정씨 측의 '기망행위가 없다'는 일관된 주장은 정씨의 무죄를 받아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박 변호사는 사립유치원의 경우 운영하고 남은 돈을 학부모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지침이 없기 때문에 여비는 사실상 원장의 것이며 나아가 부채상환에 사용할 수 있도록 지침에 명시 돼 있고, 이에 따라 정 원장은 교육하고 남은 금액을 모두 부채상환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6개 원에서 정씨와 정씨 아들의 계좌로 이체된 돈이 정씨 일가족이 사는 고급아파트 3채와 땅 매입에 일부 지출하고 정씨 오빠의 차량 구매에 사용된 점 등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는 비자금 장부의 내용과는 상반된 주장이다.


지난해 10월 본지 기자가 단독 입수한 정씨의 비자금 장부. 장부는 6개 유치원에서 매월 작성하고 정씨는 최종 싸인을 하면서 비자금 장부를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성된 비자금은 정씨 가족의 선거자금으로 사용되는가 하면 정씨 아들의 결혼식에 현 국회의원의 부친이 주례를 서면서 거액의 주례금을 현 국회의원 J씨 계좌로 입금된 내역도 자세히 담겨있다. 이 밖에도 일가족이 사는 부산 해운대 초호화 아파트 3채와 부산 초량동과 용호동 일대 땅 매입자금으로도 일부 이체된 내역이 담겨있다. 

 

아동허위등록 건에 관해 박 변호사는 비록 아동 등록은 A 유치원에 하고 교육은 B 유치원에서 했어도 이 역시 아이들이 실제로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지만 아이들은 A유치원이든 B유치원이든 어쨌든 교육을 받았고, 그에 대한 지원금을 받는 것은 정당한데다 A, B 유치원 모두 부산 남부 교육지원청 관할이기 때문에 동일 관할에서 받은 지원금이니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이러한 박 변호사의 주장과 관련해 장부에 따르면 아동 허위등록은 정씨소유의 A, B유치원 외에 해운대 교육지원청 관할 정씨 소유 C 유치원에서도 아동이 허위 등록된 바 있는 가운데 해운대 교육지원청 관할 내에서는 모든 유치원들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임의대로 아동을 등록하고 지원금을 받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의 소지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씨 측 무죄 주장의 또 다른 근거는 피해금액을 특정 짓기 어렵다는 점이다. 비자금 조성은 수년 간 부산의 6개 유치원의 학부모들을 상대로 수년 간 이뤄진 점으로 볼 때 피해 학부모들은 대략 수천 명에 달하는데다 매월 내는 금액은 다를 수 있다. 당초 부산시교육청에서는 사기 금액 산정을 기간과 학부모들에게 받은 금액 등을 기준으로 임의로 산정했다.

이와 관련해 판사는 검사 측에 공소장 변경을 주문했다. 사건 발생 시점이 이미 많이 지난데다 피해 학부모들의 수가 수천 명에 달하는 지금 상황에서 검사 측이 이에 대해 피해금액을 특정지어 입증하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전국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안인 만큼 담당 판사는 정씨 측의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 기존 유사 사건들이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으니 판결을 기다려보자면서 신중함 내지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사립유치원은 공공성과 사유재산이 병존하고 있다. 최근 오가고 있는 이른바 유치원 3에 대한 정부와 사립유치원 간 갈등 역시 이러한 사립유치원의 특이성에 따른 것으로, 사립유치원에 대한 재무·회계규칙이 현재로서는 없는 상황에서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정 씨의 사립유치원 비자금 조성과 관련 사기죄성립이 가능할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손연우기자newspitc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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