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의 대중가요로 보는 근현대사] 남포불 역사

구름 같은 세상 연기 같은 님

불사조·김교성·백년설

입력시간 : 2019-04-15 10:16:31 , 최종수정 : 2019-04-15 10:23:56, 편집부 기자


남포불 역사

 

구름 같은 세상 연기 같은 님

불사조·김교성·백년설




구름 같은 세상 연기 같은 님, 이 구절에서 가슴이 턱 막힌다. <남포불 역사> 노래의 매력이고, 마력이다. 이 노래는 이처럼 어두침침한 바람벽 방 안에서 옛사랑을 그리워하는 절창이다. 1940년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30, 일본의 무조건 항복 5년 전의 서정이다. 그 시절 대한제국 전국 방방곡곡 대대부분은 호롱불로 어둠을 가시었다. 아니 등잔불이라고 함이 더 정확하리라. 호롱불은 도자기 용기 뚜껑에 심지를 꽂아서 불을 붙인 것이고, 등잔은 오목한 접시에 옆으로 심지를 뉘어서 그 끝에 불을 붙여서 어둠을 가시던 조명수단이다. 그 시절에 남포불(램프등)은 호사였다. 입에 풀칠을 하는 것이 생존의 최종목표이기도 했을 그 시절에 불려진 호사한 노래 <남포불 역사>를 읊조려보자.

 

남폿불에 타고 남은 낭자머리 옛사랑을/ 깊은 가을 문풍지에 실어서 보냈는데/ 술잔에 방울방울 눈물은 웬일이요/ 내 어찌 당신을 잊고서 살겠소// 구름 같은 세상에서 연기 같은 님을 믿고/ 당초지 두루마지 간장을 적십니다/ 써서는 발기발기 찢어본 외짝편지/ 강물에 던지니 달빛만 외롭소// 소리쳐서 부른다고 옛사랑이 올 리 있소/ 허물어진 상아탑에 풀벌레 느껴 우오/ 아득히 흘러가는 구름은 속절없고/ 벽오동 북창에 족자가 설구려.(가사 전문)

 

​▶https://youtu.be/8uC7czM5K9g

1940년 태평레코드 GC-3008로 발매된 <남포불 역사>는 진방남의 <울고 간 황혼>과 같은 음반에 실렸다. 작사가 불사조는 본명 박영호 예명 김다인·처녀림의 또 다른 예명이다. 이 곡을 1939년 유랑극단으로 데뷔한 신예가수 백년설이 불러 히트를 한다. 그 시절 부른 노래가 <번지 없는 주막>, <산 팔자 물 팔자> 등이다. 이 곡은 월북 작가 작품이란 눈총을 벗어나기 위해 반야월이 개사하여 재 취입했었다. ‘남포불에 쓰고 짓는 더벅머리 풋사랑을/ 깊은 가을 하늘 아래 소리쳐 읊어보는/ 그 사랑 사연 사연 눈물은 왠일이요/ 차라리 강물에 흘려서 보내겠소// 소리쳐서 외친다고 늙은 꿈이 젊어지랴/ 허물어진 성벽 아래 풀벌레 느껴 우는/ 아득히 사라져간 그 이름 그 사랑을/ 강물에 던지니 달빛만 외롭구려.’개사 노랫말도 비슷하다.

 

이 노래의 키 단어는 남포불·낭자머리·문풍지·당초지·두루마지·외짝편지·상아탑·벽오동 등이다. 남포불은 석유를 연료로 하는 동그란 통에 불 심지를 꽂고 그 심지 둘레를 동그란 모양의 투명유리를 씌우고 갓머리를 덮은 조명등이다. 바람이 불어도 불꽃이 보호되는 근현대의 램프등이다. 이 남폿불의 형이 호롱(oil lamp) 또는 등잔(燈盞)이다. 이러한 조명수단은 최초기록을 적기가 쉽지 않지만, 가장 오래된 조명램프는 1940년 라스코동굴에서 발견된 10,000~15,000년 전 것으로 추정한다. 라스코 동굴은 프랑스 남서쪽에 있으며, 1979년에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 동굴 안에는 기원전 15000~13000년 경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후기구석기 대 그림이 유명하다. 원래 동굴의 위치는 도르도뉴주의 몽티냐크 마을 근처에 있다. 이 동굴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명램프가 나왔다.

 

낭자머리(娘子首飾)는 조선시대 부녀자들이 예장(禮裝)할 때 모양내는 땋은 머리 스타일이고, 쪽진 머리 뒤에 비녀를 꽂았다. 머리모양새는 신분별로 달랐다. 지체가 높은 반가(班家)는 후두부를 늘어뜨린 머리·환계식 머리를 했고, 궁중에서는 떠구지머리·대수머리·또야머리를 했으며, 서민들은 묶은 중발 머리·푼기명머리·코머리·민상투머리를 했다. 머리모양새로 혼인여부도 구분할 수 있었다. 기혼자는 환계식 머리·어여머리·첩지머리·대수머리를 했고, 미혼자는 땋은머리·바둑판머리·쌍계머리·채머리·묶은중발머리 모양을 했다. <남폿불 역사> 노래 속의 화자는 결혼을 한 부부가 서로 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낭자머리를 틀어 올리고 비녀를 꽂은 여인네가 그 증거다.

 

문풍지는 창호지 문틀 사이에 바람이 통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덧붙여 놓은 한지 종이이고, 당초지(唐草紙) 한지 종이에 여러 가지 무늬를 넣은 것으로 인동 당초·국화 당초·보상화 당초 등이 있다. 두루마지는 두루마리의 평안도 방언이고, 외짝편지는 멀리 떨어져서 혼자 있는 사람이 떨어져 있는 상대방에세 보낸 편지를 말한다. 이러한 어휘들은 어두운 밤 호롱불을 밝힌 방 안과 연결되고, 그 안에 홀로 앉아서 먼 곳 님을 그리워하는 유랑객의 고독과 연결된다. 1940년대 우리들 아버지의 아버지 세대들의 초상이다.

 

 

유차영 선임기자

(솔깃감동스토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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