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스타 작고 귀여워] 4회

인스타를 위해 산다

입력시간 : 2019-06-16 01:50:55 , 최종수정 : 2019-06-16 01:51:40, 라봉클럽 기자

댓글과 하트는 그녀에게 공기와 같다. 없으면 1분도 숨 쉴 수 없는 것들. 늘 인상을 쓰고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그녀가 말갛게 웃는 순간은 이 순간뿐이다. 하트, 하트, 하트또는 ○○님이 댓글을 남겼습니다, 정도일까. 늘 자신의 인스타를 위해서만 사진과 영상을 찍었던 그녀. 삶을 살아서 인스타에 추억을 올리는 게 아니라, 인스타에 올리기 위한 일상의 삶을 편집하기 시작한 그녀였다. 나는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지인이라는 이유로 늘 그녀의 인스타에 하트를 눌러댔고, 가끔 댓글 서비스도 해주었다. 마치 그 내용을 보지 않고 눌러주는 알고리즘 기계처럼.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녀와 내가 함께 알던 누군가 세상을 떠났다. 내가 아는 그녀라면 그 정도 친분에 타인의 장례식에 참석할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왔다. 평소보다 조금 덜 화려하지만 몇 시간은 고민해서 멋을 안 낸 것처럼 보이게 멋을 낸 차림으로. 추억과 회환이 뒤섞인 대화가 오갔다. 그녀가 말했다. “○○ 씨가 나랑 참 친해지고 싶어했는데 내가 워낙 곁을 안 주는 타입이라 그 마음에 응해주지 못했어요죽은 자는 말이 없다. 확인할 길도 없다. ‘장례식만큼은 고인이 주인공일 수 있도록 가만히 계셔 주면 정녕 안 되는 것인가요?’ 울컥, 했지만 화를 참았다. (그래도 장례식에 온 게 어딘가!) 그녀는 녹아내린 아이스크림 같은 표정을 하고선 잠시 자신을 높이는 이야기를 주절주절거렸다. 그녀는 한 시간 남짓 자리를 지키다 장례식장을 떠났다. 혹시라도 장례식장에서 셀카를 찍거나 절하는 모습을 고인의 영정 사진이 보이게 찍어달라고 부탁하면 어떻게 하지, 했던 고민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았다. 그녀가 사진을 찍지 않고 떠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그녀의 인스타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아주 식상한 표현으로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사진이었다. 그녀는 하늘 사진을 달랑 올려놓고 이렇게 한 줄을 덧붙여 놓았다. ‘하늘이 참 파란데 인생이 참 덧없네여기까진 괜찮았다. 마음속으로 외쳤다. ‘제발 여기까지만그녀는 역시나 나를 또 실망시켰다. 기묘한 댓글 두 개를 달아놓은 것이다. ‘갑작스런 장례식에 다녀와서 그래, 나는 괜찮아’ ‘우리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자그녀가 올린 하늘 사진에 누군가 왜 무슨 일이야?”라고 남겨놓았겠지. 나는 댓글을 클릭했다. 어머나. 댓글은 그녀를 향한 질문이 아닌, 외국인들의 스팸댓글이었다. 아무 의미 없는 댓글에 가상의 질문을 상상하고, 남들에게 보여질 자신의 모습을 실제화시켜서 댓글을 달았던 거다. 이렇게 바쁜 인스타 세상에선 좀처럼 멈추지 않고 타임라인을 흘려 보니까 클릭하지 않으면 외국인의 스팸 댓글인지, 절친한 친구의 걱정 어린 물음인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장례식장에서조차 고인의 자리를 빼앗아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야 했던 그녀. 그녀의 세상에는 오로지 그녀만 있다. 모순적이지만 그녀만 있는 곳에 그녀를 보는 숨은 눈이 있다. 우주의 암흑물질, 또는 좀처럼 측정하지 못하는 암흑에너지처럼 그곳에 눈이 존재해야 한다. 인스타 세상은 그녀의 아름다운 플라스틱 행복을 찍어내서 전시해야 하는 공간이니까. 쿨한 척하지만 결국 그녀는 여왕급 관종이다. 다음 날 그녀는 고인과 함께 찍은 (슬프지만 내가 찍어주었던) 사진과 함께, 세상 둘도 없는 절친이 떠난 것처럼 슬퍼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 세상에 더는 없는 고인이, 그녀의 인스타 세상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먹먹한 마음을 안고 그녀를 내 인스타 세상에서 지웠다. 카톡 세상에서도 겸사겸사 차단했다. 그 후로 그녀의 일상은 알지 못하지만 더 이상 궁금하지도 않다.

 

어쨌거나 그녀의 세상에 등장인물은 그녀 하나다. 그녀는 여전히 누구랑 어떤 시간을 보내느냐보다 어디서 무엇을 먹느냐, 샀느냐, 여행했느냐를 빼곡하게 쌓아가며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혹여나 타인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신경 쓰지 마시라. 그녀를 위한 병풍으로서만 존재 가치를 부여받았을 테니까 말이다. 그녀는 오늘도 살기 위해 인스타를 하는 게 아니라 인스타를 하기 위해 (스스로는 충만하다고 느낄지도 모를) 텅빈 가슴을 부여잡고 살고 있다. 그녀의 삶이, 그녀의 인스타가 조금은 눈물겹다고 하면, 지나치게 오만한 생각일까. 함께해서 추억이 되는 기억을 그녀는 모른다. 그녀는 오늘도 하트와 댓글로 숨 쉰다. 인스타를 위해 산다.



[뮤즈: 라봉클럽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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